우리 시대 한중 관계의 고민을 풀어줄 역사적 교훈
‘한반도 정복자’홍타이지가 전하는 창업정신의 힘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최근 한국사회에 중대한 질문이 제기됐다.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14억 대국의 위상에 걸맞게 국력을 빠르게 키워온 중국이 주변국들에 커다란 영향력을 투사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이웃인 대한민국의 운명은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좌우될 것이 분명하다.
우리에게 중국은 든든한 동반자의 모습과 부담스런 강국이라는 두 개의 얼굴로 다가온다. 당장 한국경제는 중국이 기침을 하면 몸살을 처지가 됐다. 특히 유통과 부동산, 여행업은 ‘요우커(遊客)’에 목을 매고 있는 실정이다.
힘이 커진 중국은 서해어장을 싹쓸이하고 있고 고구려·발해사의 소유권도 주장하고 있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의 배치와 관련해 중국 고위관리들이 잇따라 공개적인 반대의사를 표하였다.
중국은 한반도 통일과정에 반드시 관여할 태세이다. 장차 더 강력해질 중국을 우리는 어떻게 마주할 것인가?
주변국에 위세를 과시하며 군림하려 드는 중국...
섬길 것인가 맞설 것인가? 피할 것인가 싸울 것인가? 아니면 대등한 친구가 될 것인가?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만주족이 전하는 ‘대국 상대’의 전략
이런 상황에서 중국을 상대할 역사적 교훈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장한식 방송기자가 쓴 ‘역사가 숨긴 한반도 정복자, 오랑캐 홍타이지 천하를 얻다’이다. 창업주 누르하치를 능가한 청태종의 2세 경영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 스트레스’에 대한 올바른 처방으로 만주족의 대(對)중국 전략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400년 전 ‘1억 대국을 정복한 100만 오랑캐의 성공 역사’를 통해 나라 크기와 인구 숫자로 상하(上下)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며, 꿋꿋한 의지와 실력이 있다면 작은 것도 큰 것에 능히 맞설 수 있음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소국이 국익을 지키고 대등한 친구로 대접받기 위해서는 큰 나라보다 앞선 자신의 강점을 파악하고 키워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담고 있다. 아울러 비슷한 잠재력을 지닌 이웃민족의 성공 스토리를 통해 우리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홍타이지 성공의 비결, 창업정신
저자는 이 책에서 ‘한반도를 무력으로 정복한 유일한 외국군주’인 청태종 홍타이지의 성공의 비결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 수백 년 간 병자호란의 실패를 애써 축소하고 홍타이지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음으로써 치욕의 역사를 숨겨왔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저자는 홍타이지가 서울 땅을 직접 밟은 한반도 정복자라는 사실 말고도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소국 후금을 불과 10년 사이 동아시아 최강국 청나라로 키워낸 2세경영자란 점도 주목했다고 말한다.
‘창업주를 능가한 창업정신’이야말로 홍타이지 성공의 비결인 바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저자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다음은 저자가 밝힌 책의 집필동기이다.
“만주족이 대륙을 정복한 성공의 역사는 17세기의 일이지만 현재에도 우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중국이 굴기하면서 역사문제나 영해. 영토 문제 등에서 우리에게 적잖은 스트레스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만주족의 성공 이야기는 소국이 대국을 어떻게 다루고 대할 지에 대한 교훈을 줍니다. 대국이라고 겁내고 조아릴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오랑캐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것입니다. 17세기 인구 100만~150만의 만주족이 1억~1억 5천만의 대국 명나라를 정복한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명은 결코 국력이 약해서 만주족에 망한 것이 아닙니다. 만주족의 집요하고 치밀한 공략이 주효한 결과입니다. 우리가 지금 중국을 정복할 수도 없고, 그럴 이유도 없지만 대국이라고 해서 기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만주족들은 말해줍니다. 만주족은 특히 1636년 병자호란을 통해 조선도 정복하였습니다. 우리의 과거 실패를 이해하고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만주족의 역사를 공부할 필요성은 다분합니다. 이런 점이 집필 동기가 됐습니다.”
이 책에서 담고 있는 저자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왜 홍타이지인가?
중국 북방을 지배했던 금나라가 1234년 몽골에 망한 이후 여진족은 나라 없는 설움을 톡톡히 맛보았다. 원과 명의 분할통제정책에 걸려들어 통합된 정치조직을 세우지 못한 채 소규모 부락단위로 갈래갈래 찢어져 살아야 했다. 그 결과 여진족은 수백 년 간 조선과 명의 변경을 약탈하거나 원조를 받아 살아가는 따분한 시절을 보냈다.
그런 여진족이 17세기가 열리자마자 세계사의 주역으로 등장하였다. 만주 땅을 통일해 독립국가를 건설한 다음 몽골과 조선을 굴복시키고 중국을 정복해 대륙의 주인이 되었다. 불과 40년 세월에 기적처럼 이뤄낸 성과이다. 도대체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 글은 17세기 초, 동시대에 이뤄진 만주(여진)족의 흥기와 조선의 몰락에 대한 나의 의문에서 시작하였다. 1600년까지만 해도 조선에 비해 인구수나 생산력, 문화전통에서 한참 뒤졌던 가난한 만주족이 불과 한 세대 뒤에 한민족을 무릎 꿇리고 주인 노릇을 하게 된 사실, 더 나아가 드넓은 중원의 패권자(覇權者)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하였다.
대국굴기에 맞설 ‘오랑캐 정신’의 재발견
‘집단사유(集團思惟)의 차이’, 조선의 지배층이 즐거이 명나라의 신하가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면 만주의 지도부는 반대로 명을 정벌하고 지배하겠다는 야심을 키웠다. 조선은 중국을 ‘하늘(天)’로 보고 섬기려 한 반면 만주족은 정복할 ‘땅(地)’으로, 지배할 대상으로 간주하였던 것이다. 충효의 유교이념이 구현되는 예의지국을 건설함으로써 작은 중화(小中華)가 되기를 희망했던 조선은 오랑캐이면서도 오랑캐 근성을 버린 이른바 순이(順夷), ‘착한 오랑캐’였다. 스스로를 좁은 울타리에 가뒀던 탓에 조선은 시간이 흐를수록 잠재능력 이하로 작아지고 약해져갔다.
하지만 만주족은 100배가 넘는 인구에다 비교할 수 없이 부유하던 명나라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격차에 기가 죽지도 않았다. 역이(逆夷), ‘나쁜 오랑캐’를 자처했던 만주족은 스스로를 작지만 강한 족속으로 단련시켰던 까닭에 어느 순간 조선이 넘볼 수 없는 강력한 존재로 성장했던 것이다. 두려워할 만한 상대를 겁내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치는 것, 바로 ‘나쁜 오랑캐 정신’이다. 이웃대국이 굴기(崛起)하는 오늘날, 대한민국에 요구되는 이념이기도 하다.
중국이란 용(龍)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21세기는 중국시대이다. 2014년 중국의 GDP(국내총생산)는 10조 3천 500억 달러, 17조 4천억 달러의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고 4조 8천억 달러인 세계 3위 일본의 2배 이상이다.(한국은 2014년 1조 4천 500억 달러였다.) 2019년에는 중국의 GDP가 20조 달러를 넘어서며 미국을 능가할 것으로 IMF는 예측하고 있다.(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이미 2014년 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력 외에 군사력과 외교력, 우주과학기술 등 총체적 국력도 미국에 비견할 수준으로 성장하였다. 14억 대국의 굴기는 가히 눈이 부실 지경이다. 승천하는 용(龍)의 기세 그대로이다. 유사 이래 수천 년을 ‘중국의 이웃’으로 살아온 우리역사에서도 이 정도의 변화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대사건이다.
현대 한반도인들은 대국굴기의 파장을 실감하며 살아가고 있다. 작은 덩치로 ‘이웃의 큰 나라’를 어떻게 다룰지는 과거의 조상들도 깊이 고민했던 주제이다. 고조선과 고구려는 맞서 싸우다 실패했다. 신라와 고려는 자주성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국의 패권을 인정하였다. 조선은 중국을 내면으로 존경하며 깊숙이 섬겨 ‘신속(臣屬)의 도리’를 다하였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중국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홍타이지, 우리가 잊고 지낸 ‘한반도 정복자’
만주족의 성공역사는 그 자체로 조망할 가치가 충분하다. 우선, 비슷한 잠재력을 지닌 형제민족의 위대한 스토리에서 ‘우리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만주족 이야기는 우리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란 점에서도 충실한 이해가 필요하다. ‘만주족의 성공 비결’은 ‘조선의 실패 원인’과 상통(相通)하기 때문이다. 같은 오랑캐였지만 순이(順夷)였던 조선과 180도 다른 꿈을 키웠던 역이(逆夷), 만주족의 결단은 오늘의 우리에게 좋은 교훈이 된다. 그런데 만주족이 견지한 오랑캐 정신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용략(勇略)이 뛰어난 지도자의 선구자적 역할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 지도자는 이 책의 주인공인 ‘아이신교로 홍타이지(愛新覺羅 皇太極, 애신각라 황태극 1592~1643)’이다. 병자호란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1637년 1월 30일 삼전도 들판에서 조선 왕(인조)을 무릎 꿇렸다. 그 결과 홍타이지는 ‘한반도 정복자’라는, 우리 역사에서 제외시킬 수 없는 인물로 스스로 자리매김하였다. 하지만 홍타이지에 대한 한국인들의 관심은 희미하다. 우리를 짓밟은 정복자인 만큼 심도 있게 조망한 평전이 더러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찾아보기 힘들었다. 누르하치나 칭기즈칸은 잘 아는 한국인들이 서울 땅을 직접 밟은 홍타이지를 망각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지난 수백 년 간 삼전도의 일을 애써 거론하지 않고 홍타이지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음으로써 ‘치욕의 역사’를 성공적으로 숨겨왔다. 그러나 400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이젠 달라져야 한다. 홍타이지를 정면으로 분석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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